과거 이승만 정권은 무너져도 그 기둥인 자유당은 다시 공화당으로 변신했고, 박정희가 사망하자 그에게 충성을 바치던 인물들은 민정당으로 재기했고, 전두환은 물러나도 그들은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변신해서 지금까지 권력을 누리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실질 권력세력이 대통령이나 몇 사람의 정치가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새로운 프레임을 짜서 여론을 호도했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동정론, 개헌론, 거국내각론이 그것이다.
당시 북위는 중국의 거대한 화북 평원을 거의 통합한 떠오르는 초강대국, 북연은 전연과 후연 시절 고구려 숙적이었으나 광개토대왕 재위 말기부터 관계가 개선된 나라로 이제 북위의 압력 아래에서 풍전등화인 국제정세였다. 따라서 고구려는 자칫 잘못하면 신흥강국 북위와 척을 지게 되거나 우호적인 관계의 북연의 구원 요청을 야박하게 무시한 꼴이 되는 상황이었다. 조선시대 광해군과 인조가 맞닥뜨렸던 것과 유사한 상황으로 조선에서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두 차례의 호란이라는 파국을 맞았던 상황이기도 하며, 어찌보면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 엉거주춤한 우리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열망과 결집력이다. 87년엔 개헌을 위해 시민들이 총 맞을 각오하고 나섰다. 지금과 천양지차다. 지금 개헌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결집돼 있나. 더욱이 이번 개헌 논의엔 생소하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말인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려면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말일 거다. 여당보다 야당이 개헌 논의에 주도적인데, 이게 혹시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
게다가 현재 국정 역사교과서는 모든 법적 절차를 무시하거나 어기고, 편찬기준도 저자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집필에 들어갔다.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이 전혀 교육적이지 못하다. 이 과정을 학생들 역시 목도하고 있다. 학생들이라고 교과서만을 통해 지식과 통찰을 얻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이 사회의 권력 남용과 민주적 법질서의 문란을 목격하고, 이것이 현실에서 당연하고도 가능한 것으로 배우고 받아들이게 될까봐 우려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사과와 책임 경찰의 징계를 원한다. 우리는 11월 18일에 경찰을 살인 미수죄로 고소했다. 대통령이 집회 참가자들을 소위 이슬람 국가(IS)에 비교했을 때 너무나 화가 났다. 믿을 수가 없었고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경찰청장도 집회 참가자들을 '전문 시위꾼'이라고 불렀다. '전문 시위꾼'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그저 자기 삶을 살고 싶어할 뿐이다.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그 날 밤 농민으로서 할 말이 있었던 것이고,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셨다. 아버지는 노인이라 경찰 두 명이면 충분히 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이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백남기씨를 물대포로 무자비하게 쓰러뜨리고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앰뷸런스를 향해서까지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을 보게 되니, 어떤 증오의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은 더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증오의 감정이 불붙고 나자, 정권을 바꿔서 이뤄야 할 목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지난 14일 경찰은 서울 시내 모든 곳에 차벽을 설치하지도 않았고, 길 가는 시민에게까지 물대포를 조준 직사하지는 않았다. 단, 집회에 나와서 경찰에 대드는 시민은 해산의 대상이 아니라 '응징'의 표적이 되었다. 한편 공중에서는 역선전, 회유, 협박, 투항을 위한 선무공작과 심리전이 진행 중이다. 시위대는 폭도이며, 국정 교과서 반대하면 비국민으로 간주될 수 있으니 폭도로 몰려 토벌 대상이 되기 전에 빨리 투항하여, 국가의 품으로 '귀순'하라고 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란 왜곡된 자화자찬이 아니라 그 모든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거듭해가며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유와 반성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과거는 대개 창피한 것이다. 그것을 사실 그대로 돌아볼 수 있는 정직함만이 늘 위대하다.어용언론과 정부는 지금의 역사 교육이 학생들의 자긍심을 고취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정말 염려하는 공동체는 "민족의 자긍심"이라는 수사를 핑계삼아 과거를 미화하거나 편의대로 조작하는 대신, 우리는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한심했으나 적어도 그 내용을 정확히 남기니 부디 너희는 조금 더 잘해달라고 가르친다.